책소개
『괴테가 탐사한 근대: 슈투름 운트 드랑에서 세계문학론까지』는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임홍배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0여년간 진행해온 괴테 연구의 총결산이자 그의 첫 단독 저서다.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의 정수로 꼽히는『젊은 베르터의 고뇌』에서부터 ‘세계화’를 예감하면서 일국적 국민문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세계문학론을 제창하게 된 만년의 작품인 『친화력』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파우스트』2부에 이르기까지 괴테의 창작활동 시기별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괴테 문학의 진면모를 밝힌다.
총 5부 중 제1~3부는 작품론이 주가 되며 제4부는 괴테의 문학에 드러난 근대 및 근대화 문제, 제5부는 괴테의 상징론과 문학론 그리고 세계문학론을 주로 살펴본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문학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서술을 바탕으로 괴테 문학의 근대성과 그 현재적 의미를 밝혀내는 한편, 맹목적 근대주의의 편향을 교정할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제시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슈투름 운트 드랑
영웅이 불가능한 시대의 자유의 이상: 역사극『괴츠 폰 베를리힝엔』
자유의 찬가 『에흐몬트』
제2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사회개혁 구상
‘신분을 뛰어넘은 결혼’과 ‘아름다운 영혼’의 이상: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소론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미뇽의 비극과 계몽의 변증법
고전극의 근대적 재해석: 에우리피데스와 괴테의 『이피게니에』
제3부
프랑스혁명과 독일 시민계급의 역사적 선택: 『헤르만과 도로테아』
사회소설로서의 『친화력』(1): 부권의 몰락과 구체제의 붕괴
사회소설로서의 『친화력』(2): 이상적인 여성상?
제4부
괴테가 예감한 근대의 이중과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파우스트』 2부를 중심으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와 근대화의 문제(1)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와 근대화의 문제(2): 교양이념의 변화와 종교의 세속화 과정
기술만능주의와 진화론을 넘어서: 『파우스트』 2부의 호문쿨루스
제5부
괴테의 상징과 알레고리 개념: 총체성과 감각적 구체성의 변증법
루카치의 괴테 수용에 대하여
지구화시대에 다시 읽는 괴테의 세계문학론
괴테 연보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임홍배 (지은이)
출판사리뷰
『괴테가 탐사한 근대: 슈투름 운트 드랑에서 세계문학론까지』는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임홍배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10여년간 진행해온 괴테 연구의 총결산이자 그의 첫 단독 저서다.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의 정수로 꼽히는『젊은 베르터의 고뇌』에서부터 ‘세계화’를 예감하면서 일국적 국민문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세계문학론을 제창하게 된 만년의 작품인 『친화력』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파우스트』2부에 이르기까지 괴테의 창작활동 시기별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괴테 문학의 진면모를 밝힌다. 총 5부 중 제1~3부는 작품론이 주가 되며 제4부는 괴테의 문학에 드러난 근대 및 근대화 문제, 제5부는 괴테의 상징론과 문학론 그리고 세계문학론을 주로 살펴본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문학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서술을 바탕으로 괴테 문학의 근대성과 그 현재적 의미를 밝혀내는 한편, 맹목적 근대주의의 편향을 교정할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제시한다.
문학으로 기성사회에 저항하며 전인적 자아를 실현하다
문학사적으로 괴테와 그의 문학은 오래도록 ‘예술시대’를 대표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자 18세기 말 19세기 초 모든 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던 척박한 독일 땅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전적 모범으로 기념비화되었다. 저자는 이 통념에서 벗어나 괴테가 세계사적 격변기였던 당대 시대현실에서 제기된 크고 작은 문제들과 치열하게 씨름했으며 그의 문학은 그러한 고투의 결실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그의 창작 시기별 대표작들을 재조명한다.
제1부에서는 괴테(Goethe, 1749~1832)가 청년기에 쓴 소설 한편과 상이한 시기를 다룬 두편의 역사극을 집중 조명해본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슈투름 운트 드랑」에서는 『젊은 베르터의 고뇌』(1774)에서 주인공 베르터가 자살하게 된 배경에는 로테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뿐만 아니라 전근대적 신분차별에 의한 억압도 존재함을 밝히며, 이 소설이 인간해방과 전인적 자아실현을 추구한 ‘질풍노도(Sturm und Drang) 정신’을 구현한 작품이라는 점이 언급된다. 「영웅이 불가능한 시대의 자유의 이상」은 16세기에 실존한 제국기사단 소속 기사인 괴츠 폰 베를리힝엔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극 『괴츠 폰 베를리힝엔』(1773)을 다룬다. 괴테는 이 작품에서 기사의 자유를 추구하면서 제후에 맞서 싸우는 괴츠의 모습을 그리는데, 주인공의 이상주의를 18세기 시민계급의 시각에서 현실주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지적된다. 「자유의 찬가 『에흐몬트』」는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지도자로 에스빠냐 왕에 의해 처형된 네덜란드 귀족 에흐몬트를 그린 역사극 『에흐몬트』(1787)를 다룬다. 에스빠냐 왕정에 충성을 다하면서도 네덜란드 백성을 아끼던 에흐몬트가 누명을 쓰고 체포되어 사형이 임박한 상황에서 평민 집안의 처녀인 클레르헨의 자기희생적 죽음을 통해 사랑을 이루게 되는 결말을 통해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진정한 인간해방의 비전이 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제2부에서는 괴테의 중년기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와 장년기의 희곡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1779)를 다룬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사회개혁 구상」에서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봉건 귀족층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그리고 괴테가 혁명 대신 구상한 점진적 개혁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서 근대적 개혁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기 어렵다는 점이 작품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언급한다. 「‘신분을 뛰어넘은 결혼’과 ‘아름다운 영혼’의 이상」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에 이르는 로타리오와 테레제, 빌헬름과 나탈리에라는 두쌍의 남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들이 등장하는 사실상의 결혼식 장면이 인류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만민평등의 축제를 미리 보여주는 것임을 지적한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미뇽의 비극과 계몽의 변증법」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력을 소진시킨 미뇽의 비극을 조명하면서 그 비극이 편협한 합리주의에 기반한 계몽에 의해 야기된 사회적 비극이기도 함을 밝혀낸다. 「고전극의 근대적 재해석」은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이피게네이아』와 그것을 차용한 괴테의 희곡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가 어떻게 휴머니즘에 입각한 계몽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특히 그리스 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에우리피데스의 작품과는 달리 괴테의 희곡에서는 문명과 야만의 전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그 작품의 현재적 의의를 조명한다.
제3부에서는 괴테의 장편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1797), 노년기의 소설 『친화력』(1809)을 다룬다. 「프랑스혁명과 독일 시민계급의 역사적 선택」은 괴테의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에서 18세기 말의 독일 시민계급을 대표하는 헤르만과 도로테아가 프랑스의 독일 침공 시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프랑스혁명 직후의 독일 시민계급이 시민혁명의 길을 포기하고 보수적 애국주의를 택한 역사적 과정을 조망하고 있다. 「사회소설로서의 『친화력』」(1)은 상징적 서술구조를 가진 괴테의 『친화력』이 프랑스대혁명 이후부터 나뽈레옹전쟁 시기에 이르는 역사적 격변기의 독일 사회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힌다. 정략결혼한 나이 많은 첫 부인과 사별한 후 젊은 시절의 연인과 재혼한 봉건 귀족 에두아르트는 양녀와의 불순한 사랑을 꿈꾸며 병리적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가부장의 자리에서 밀려나 파멸로 치닫는데 이는 부권의 몰락과 구체제 붕괴의 상징임을 지적한다. 「사회소설로서의 『친화력』」(2)는 에두아르트의 두번째 아내 샤를로테와 양녀 오틸리에를 집중 조명하는데, 샤를로테는 무능한 남편 에두아르트를 대신하여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할 정도로 유능하고 사려 깊은 여성이나 그것은 여성성을 억압한 댓가로 얻어진 것이며, 오틸리에는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의 아기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을 택하며 나중에 유리로 만든 관에 안치되어 성녀로 떠받들어지나 괴테는 그런 성녀적 이미지를 해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일국적 국민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으로
제4부에서 저자는 괴테와 근대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괴테가 예감한 근대의 이중과제」는 괴테 당대의 근대화 과제는 어떤 내용이고 맹목적 근대주의를 괴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짚고 있다. 점진적 개혁을 추구했던 괴테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에 개인의 온전한 인간적 완성과 평등한 사회공동체 실현이 과연 어떻게 합치될 수 있는가를 탐구하고, 『파우스트』 2부(1831)에서는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지배, 노동착취에 근거한 폭압적 근대화와 기술적 근대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와 근대화의 문제」(1), (2)에서 저자는 노년기의 괴테 대표작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1821)에서 묘사된 근대화의 양면성, 아메리칸드림의 실상, 초기 산업화의 갈등, 교양이념의 변화와 종교의 세속화 과정 등을 분석한다. 「기술만능주의와 진화론을 넘어서」는 『파우스트』 2부에 등장하는 인조인간 호문쿨루스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지배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남성 전일주의가 대자연의 근원과 맞닿아 있는 모성에 의해 순치되어야 한다는 괴테의 의중을 읽어낸다.
제5부에서 저자는 괴테의 문학론을 분석한다. 「괴테의 상징과 알레고리 개념」에서는 상징과 알레고리에 대한 오늘날의 개념 규정이 괴테의 정의에 바탕을 둔 것임을 밝히고, 감각적 구체성을 통한 총체적 세계인식을 가능케 하는 상징이 표현형식이나 스타일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예술적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 된다는 괴테의 견해를 언급한다. 「루카치의 괴테 수용에 대하여」는 루카치의 독일 고전주의에 대한 연구와 당대 표현주의 비판을 살펴보면서 그 속에서 전형, 특수성, 총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루카치의 리얼리즘론이 괴테의 작품 및 그의 문학론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밝혀낸다. 「지구화시대에 다시 읽는 괴테의 세계문학론」에서는 세계문학론의 선구자인 괴테의 주장을 소개한다. 괴테는 문화 간 상호소통과 국민문학의 자기쇄신을 보편적 세계문학의 근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주의와 패권주의가 발호하는 21세기에 새롭게 되새겨야 할 항목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