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평의 시선으로 어린이의 얼굴과 마주하다!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모색하는 평론집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아동문학을 탐색해 온 김유진의 첫 평론집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어린이, 소수자, 그리고 아동문학』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아동문학 작품을 매개로 해서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가 서로 동등한 주체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비평의 중심에 세우고 다채로운 논의를 펼친다. 최근 아동청소년문학이 발굴해 낸 여성 화자의 내면과 경험에 주목하고, ‘어린이 인식’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동시단에 던진다. 더불어 동화 및 청소년소설, 동시에 관한 단정하고도 정확한 비평으로 최근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의 성취를 두루 돌아본다. 김유진의 비평에는 동료 시민으로서 어린이를 존중하는 윤리뿐만 아니라 우리 아동문학이 어떻게 자기 갱신을 이루어야 할지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성실하게 담겨 있어, 아동청소년문학을 창작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아동청소년문학과 여성주의
동시와 청소년시의 여성 화자
시대의 소녀들: 창비아동문고 속의 ‘몽실’에서 ‘세라’까지
이제 다시 시작하는 여성 서사: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작을 중심으로
기억과 증언 너머를 말하는 파수꾼
소녀의 몸을 구출하는 법
현실의 퀴어, 퀴어의 현실
최근 어린이청소년 SF에 나타난 여성상
복제인간, 인공지능, 포스트휴먼에 투영된 어린이 SF의 질문들
서사와 이야기, 문자와 이미지 사이에서: 최근의 유년동화 분석
어린이 영웅을 찾아서
제2부 동시,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론의 실험실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해묵은 동시’ 이후의 ‘어린이 인식’
동물권, 미래의 동시를 엿보는 자리
아이의 눈물이고 거울인: 동시의 말하기 방식
낯익은 새로움, 낯선 낡음: 동시의 실험
엄마라는 타인: 동시의 성인지 감수성
웹툰보다 재미있는 동시: 동시의 상상력
격하게 사랑하고 분노하기: 동시의 감각
착하지 않음의 윤리와 미학: 동시의 윤리
태도가 관계다: 동시의 시선
믿어야 열릴, 뛰어들어야 얻을: 동시의 세계
제3부 이야기로 탄생하는 이야기
한 걸음씩 자박자박 걷는 길: 김소연의 역사동화
십 대들아 모여라, 언니가 이야기를 들려줄게: 김혜정과 십 대의 꿈
꿈 없는 삶에서 꿈 찾기: 김혜정 『잘 먹고 있나요?』
실패한 앙티 오이디푸스: 박지리가 본 소년과 아버지
카인의 후예들: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아까시를 아카시아로 피우려면: 유은실 『변두리』
상실에 입 맞추는 법: 최상희 『바다, 소녀 혹은 키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최양선 『밤을 건너는 소년』
찬란한 패배를 위하여: 진형민 『기호 3번 안석뽕』
공감하는 절망, 반전하는 희망: 김태호 『제후의 선택』
어린이는 항상 이긴다: 차영아 『쿵푸 아니고 똥푸』
나와 즐겁게 놀아 주는 나, 오예 !: 서현 『간질간질』
모든 이민자, 여성, 어린이의 이야기: 베라 브로스골 『내 인생 첫 캠프』
과거에서 온 미래의 이야기: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
SF가 이야기하는 ‘어린이’와 그의 ‘세계’
제4부 되돌이표로 부르는 노래
내 맘에 동시: 최종득 『내 맘처럼』
좋은 시가 싹트는 삶의 자리 하나: 최종득 『쫀드기 쌤 찐드기 쌤』
콩에 담긴 우주, 별자리로 이어진 우리: 정상평 『최우수 작품』
너의 눈엔 무엇이 보이니 박은경: 『진짜 나는 어떤 아이일까』
먹이고, 입히고, 거두고, 지키는 품에 대하여: 안학수 『아주 특별한 손님』
밤에 보이는 소리: 이상교 『찰방찰방 밤을 건너』
주먹이 빛과 향기가 되기까지: 이안 『고양이의 탄생』
고양이에서 동물원까지: 이안 『글자 동물원』을 중심으로
살금살금 다가가고 가만가만 뒷걸음치고: 성명진 『축구부에 들고 싶다』
팝콘 만드는 선생님: 문현식 『팝콘 교실』
작은 존재들의 솟구침: 주미경 『나 쌀벌레야』
오랜만의 리듬, 새로운 편집: 장영복 『똥 밟아 봤어?』
수록글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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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유진 (지은이)
출판사리뷰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비평적 탐색
과연 ‘어른’ 작가는 ‘어린이’ 독자를 타자화하지 않고 평등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오늘날 아동문학이론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 어떻게 해체하고 있을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2009)과 평론 부문(2012)을 잇달아 거머쥐며 10여 년간 아동문학을 치열히 탐색해 온 저자 김유진(金維眞)의 고민은 ‘어린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비평적으로 사유해야 할지로 모아진다.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어린이, 소수자, 그리고 아동문학』은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어린이’를 ‘소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저자의 첫 번째 비평집이다.
김유진은 2015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페미니즘 리부트’에서 어린이 존재를 새롭게 바라볼 동력을 찾는다. 1부 ‘아동청소년문학과 여성주의’에는 여성 어린이·청소년 화자를 전면에 내세운 최근 아동청소년문학이 어떻게 개별 화자의 내면과 경험을 드러냈는지,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 과정에서 대두된 여성 서사의 가치가 왜 중요한지 등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이 성취한 최신의 논의로 가득하다. 오늘날 아동문학작가 및 독자가 견지해야 할 바를 상세히 안내한 지침일뿐만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의 어린이를 존중하자는 시대적 요구에 한 비평가가 진솔히 응답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귀중하다.
혐오와 차별이 가득한 현실에서 어른이 어린이를 타자화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수많은 회의가 가로막지만, 아동문학을 통해 어린이와 이어지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하는 지향을 버릴 수는 없다. 어린이 독자가 곧 아동문학의 존재 근거이자 이유이므로, 그것을 당연히 주어진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포기하지 않고, 매번 미끄러질 줄 알면서도 끝끝내 나아감으로써, 언젠가는 어린이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_「책머리에」 중에서
‘어린이 인식’의 갱신을 위하여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김유진은 동시집 『뽀뽀의 힘』(2014)과 청소년시집 『그때부터, 사랑』(2018)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인이자 평론가로서 자신의 창작 경험에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론을 접합하는 실험을 거듭해 왔는데,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의 2부는 저자의 정체성으로 말미암아 더욱 개성적으로 읽힌다. 저자는 2007년 김이구가 발표한 평론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이후 동시단이 부단히 ‘뿌리 깊은 어린이 인식’과 ‘낡은 감각’의 갱신을 위해 노력했다지만, 어린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진전하지는 못했음을 지적한다.
즉 ‘당대 어린이 현실과 어린이의 본질’을 통찰하는 것이 오늘날 동시단 앞에 놓인 과제인바, ‘해묵은 동시’ 이후의 ‘어린이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김유진의 주된 목표다. 김유진은 ‘모델 독자’ 개념을 도입하여 동시가 창조하는 ‘어린이성’을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문학성의 구성 원리나 작동 기제를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어린이를 왜곡해 온 고정관념과 체제를 부수고자 한다는 점에서 전복적이다. 새로운 화두가 동시단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동시대 아동청소년문학을 성실하게 톺아보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인식 갱신의 반대편에는 따뜻하고도 섬세한 당대 비평이 있다.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의 3부와 4부에는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개별 작품에 대한 김유진의 성실하고도 진솔한 비평을 모아 놓았다. 저자는 우리 시대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들이 섬세히 펼쳐 내는 서정의 결과 어린이를 향한 깊은 애정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김소연·김혜정·박지리 등의 작품을 다룬 촌평은 짧은 글줄 속에서도 작품이 이룬 성취를 놓치지 않는 핵심적인 시선이 담겨 있으며, 최종득·이상교·이안·문현식 등 주요 동시인들의 작품을 비평하는 대목에서는 단순명료한 시행 속에서 시적 가치를 포착해 내는 예리함이 돋보인다. 작품의 언술 방식과 시선의 높이를 두루 비평한 덕분에, 독자는 한 작품의 시대적 가치를 간파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행간에 숨겨진 묘미를 찾아내는 쫀쫀한 재미까지 두루 느낄 수 있다. 동시는 물론이고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망라하는 그의 비평은 아동청소년문학의 세계를 향유하는 데 살뜰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