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균형감있는 비평정신으로 이 시대 문학의 새로움을 찾는다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론가 한기욱의 첫 평론집이다. 1998년 이래 지금까지 발표해온 평문을 모은 이 평론집은 문학에 대한 신실함과 작품에 대한 섬세한 분별력, 외국문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식견이 조화를 이룬 성과이자 우리 평단의 주목할 만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평론집 가운데 주로 시대론과 문학 쟁점을 다룬 1부의 평문들은 문학비평에 관한 저자의 주된 문제의식을 갈무리한 글들로, 특히 2000년대 이후 "창작과비평"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온 주요한 문학 쟁점들―2000년대 문학론, 근대문학 종언론, 리얼리즘론, 문학과 정치 논의, 장편소설론 등―을 망라하며 창비의 비평적 입장을 주도적으로 가다듬어온 자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과정에서 이 시대 한국문학과 비평의 향방을 놓고 동료 평론가들과 벌인 여러 날카로운 논쟁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롭다.
3부에 실린 세계문학 관련 논의들은 미국문학 연구로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세계문학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시각과 식견이 한국문학 비평에 유익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게 해준다. 특히 세계체제를 둘러싼 역사적 조망 속에서 서구중심주의와 제3세계주의 양자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를 포함한 세계문학의 ‘쌍방향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논의는, 미국문학 연구와 한국문학 비평을 연결하는 중간적인 논의로서 작금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성찰하는 데 중요한 참조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에 대한 정치한 논의와 카리브 연안 출신 라틴계 미국인들의 소수자문학의 활력에 관한 논의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유익한 읽을거리이다.
목차
책 머리에
제1부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2000년대 소설과 비평의 향방)
문학의 새로움과 리얼리즘 문제 (손정수의 반론에 답하며)
문학의 새로움과 소설의 정치성 (황정은, 김사과, 박민규의 사랑 이야기)
한국문학에 열린 미래를 (현단계 소설비평의 쟁점과 과제)
한국문학의 새로운 현실 읽기 (김연수와 전성태를 중심으로)
제2부
새처럼 꿈처럼 존재의 숲을 가다(배수아 소설집『올빼미의 없음』)
요산문학의 종요로운 유산
최경계에 선 글쓰기 (배수아 소설집『훌』)
형식실험의 역설 (김연수의 특이한 서사적 행로)
우리 시대의 사랑·성·환경 이야기 (신경숙과 공선옥의 작품들)
대중문화 속의 소설과 영화(김영하·하성란·홍상수의 작품들)
인터넷 글쓰기의 가능성 (창비무명인의 미당론을 중심으로)
성장서사의 새 가능성 (유용주 장편소설『마린을 찾아서』)
정교한 언어, 다양한 양식들 (하성란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제3부
세계문학의 쌍방향성과 미국 소수자문학의 활력
지구화시대의 세계문학 (20세기 후반 아메리카대륙의 소설문학을 중심으로)
망명지에서 꽃피운 상상력의 연대 (아리엘 도르프만 소설집 『우리 집에 불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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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기욱 저자(글)
출판사리뷰
균형감있는 비평정신으로 이 시대 문학의 새로움을 찾는다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론가 한기욱의 첫 평론집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가 출간되었다. 1998년 이래 지금까지 발표해온 평문을 모은 이 평론집은 문학에 대한 신실함과 작품에 대한 섬세한 분별력, 외국문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식견이 조화를 이룬 성과이자 우리 평단의 주목할 만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평론집 가운데 주로 시대론과 문학 쟁점을 다룬 1부의 평문들은 문학비평에 관한 저자의 주된 문제의식을 갈무리한 글들로, 특히 2000년대 이후 "창작과비평"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온 주요한 문학 쟁점들―2000년대 문학론, 근대문학 종언론, 리얼리즘론, 문학과 정치 논의, 장편소설론 등―을 망라하며 창비의 비평적 입장을 주도적으로 가다듬어온 자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과정에서 이 시대 한국문학과 비평의 향방을 놓고 동료 평론가들과 벌인 여러 날카로운 논쟁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문학비평의 주된 임무란 ‘문학의 진정한 새로움을 가려내는 일’이며, 그것은 곧 어떤 삶과 사회가 더 나은지를 분별하고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사유하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 새로운 것과 새로움을 참칭하는 것을 분별하는 작업이 불가결한바, 저자는 그를 위해 무엇보다 이론에 앞서 작품의 문양과 결을 세심하게 읽되 역사적 현실에 열린 비평의 자세를 강조한다.
문학에서 무엇이 새것다운 새것인지를 가리는 문제는 결국 ‘오늘을 사는’ 행위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귀기울이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 작품의 문양과 결을 세심하게 읽되 역사적 현실에 열려 있는 비평은 정교한 이론의 적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평가가 맨몸으로 작품과 시대적 현실을 대면하는 과정이 요구되며, 이럴 때 이론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하여 문학의 새로움은 창조적인 작품에서 발원하되 비평의 분투를 거쳐 우리에게 온다.
(/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중에서)
이러한 저자의 ‘비평적 분투’의 과정이 여러 문학적 쟁점들에 대한 논쟁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고 진전되는 것을 이 평론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글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특히 문학의 새로움을 탈근대주의와 동일시하는 최근 비평 경향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2000년대 한국문학이 보여준 창의적 기운에 귀를 기울인다. 이어지는 글 [문학의 새로움과 리얼리즘 문제]는 리얼리즘과 ‘시의 경지’에 관한 오해를 불식하는 논의를 통해 강박과 예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유물론적’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학의 새로움과 소설의 정치성]은 ‘문학의 새로움’을 2010년 이후 촉발된 문학과 정치 논의와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공동체와 주체에 관한 물음을 이론과 작품 양쪽으로부터 주의깊게 점검한다. [한국문학에 열린 미래를]은 ‘근대문학 종언론’을 위시한 단절론적인 문학사 인식과 장편소설의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논의들을 비판하면서, 시대현실과 개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놓지 않는 최근 한국문학의 성취와 활력을 균형있게 판별한다. 또한 2000년대 한국문학이 보여준 경계 넘기의 양상에 주목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현실 읽기]는 시대론과 문학론의 긴밀한 상호관계를 강조하며 이를 개별 작품을 통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글로서 주목을 요한다. 그 과정에서 김사과 황정은 박민규 김연수 전성태 등의 작품을 통해 문학의 현장에서 태동하는 새로움의 기운을 찾아내는 면밀한 독법 또한 평론 읽기의 즐거움을 체감하게 한다.
작가론·작품론을 묶은 2부의 글들에서는, 작가와 작품을 대할 때 어떤 개념이나 편가르기로부터도 거리를 두고 그 ‘이야기’ 스스로가 얼마나 진실되고 새로운가를 사심없는 태도로 꼼꼼하고 섬세하게 분별하는 저자의 비평적 태도가 지닌 미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한 작가와 작품을 하나의 경향으로 뭉뚱그려 단정하지 않고 그가 그려온 궤적과 더불어 그 작품이 지닌 내적 짜임새와 리듬 등의 형식적 측면, 그리고 그 서사와 시대가 맺고 있는 관계 등을 어느 것 하나 빠뜨림 없이 짚어가는 것이다. 배수아의 작품집 두 권에 대한 친절한 해설인 [새처럼 꿈처럼 존재의 숲을 가다]와 [최경계에 선 글쓰기]는 사유와 언어의 최경계에서 작업해온 작가의 모험이 거둔 형식적·내용적 성취를 세심하게 밝히면서, 우리 시대 개인의 주체와 예술에 관한 탐구에서 존재와 사물의 심층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의 도정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김연수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작가의 시대인식과 형식실험의 성취를 꼼꼼하게 따진 [형식실험의 역설] 등도 작가? 대한 애정과 비평적 의욕이 어우러진 평문이다. 또한 홍상수 영화와 김영하, 하성란의 작품들을 나란히 놓고 우리 시대 개인의 삶을 다루는 예술적 시도의 성과를 꼼꼼하게 짚어내는 [대중문화 속의 소설과 영화]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촉발된 중요한 문학적 담론의 진행과정을 검토한 [인터넷 글쓰기의 가능성]은 문학과 문화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관심을 보여주며, 신경숙과 공선옥의 여러 작품을 면밀하게 비교 검토하며 우리 시대의 사랑과 성 이야기들에서 중요한 시대적 징후를 포착해내는 [우리 시대의 사랑·성·환경 이야기]도 저자의 세심한 작품 읽기와 시대적 현실에 대한 비평적 관심의 균형을 보여주는 의미 깊은 논의이다.
3부에 실린 세계문학 관련 논의들은 미국문학 연구로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세계문학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시각과 식견이 한국문학 비평에 유익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게 해준다. 특히 세계체제를 둘러싼 역사적 조망 속에서 서구중심주의와 제3세계주의 양자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를 포함한 세계문학의 ‘쌍방향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논의는, 미국문학 연구와 한국문학 비평을 연결하는 중간적인 논의로서 작금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성찰하는 데 중요한 참조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에 대한 정치한 논의와 카리브 연안 출신 라틴계 미국인들의 소수자문학의 활력에 관한 논의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유익한 읽을거리이다.
저자의 비평은 화려한 수사와 난해한 이론으로 치장하기보다 작품의 실제에 주목하는 성실한 읽기를 통해 작품의 핵심에 직핍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공감을 가져오며, 작품의 형식적인 성취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을 비평의 중요한 축으로 삼는 균형 잡힌 자세를 보여준다. 세계문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에서 비롯한 깊이와 유연함 또한 커다란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리얼리즘적 비평 태도에 바탕해 문학의 ‘새로움’을 탐구하려는 저자의 견실한 문제의식이 우리 시대 한국문학의 지평에서 특히 귀중하다 할 것이며, 저자의 비평이 ‘한국 평단에 없어서 안될 활력의 원천’(백낙청)으로 자리잡은 중요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