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기와 자기와 빛의 본질을 확립한 물리학의 고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기와 자기를 밝히다
현대 전자기학의 기초를 놓은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79)은 19세기 영국 물리학자로서 빛의 본질을 밝히고 전자기 문명을 활짝 열었다. 흔히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와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묘사되는 『전기자기론』(Treatise on Electricity and Magnetism)은 7년에 걸쳐 집필된 세기적 걸작이며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고전으로서, 전기와 자기와 빛의 본질을 밝힌 탁월한 업적이다.
19세기에 처음으로 그 본질을 이해하게 된 전기와 자기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소중한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고대 그리스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보석 호박을 천으로 문지르면 먼지나 머리카락을 끌어당긴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 전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면, 동아시아에서 언제나 남쪽을 가리키는 특별한 지남철을 상세하게 다루었던 심괄의『몽계필담』은 자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그러나 그 신비한 현상, 전기와 자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용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나아가 전기와 자기와 빛에 대한 가장 최신의 정확하고 세련된 이론이 무엇인지 등의 문제는『전기자기론』을 통해 체계적으로 밝혀졌다.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양자역학의 출현 이후에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맥스웰이 『전기자기론』에서 선구적으로 사용한 에너지 보존 개념, 해밀턴 동역학, 벡터분석법은 이후 물리학의 진로를 지시했고 지금도 물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전기자기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목차
빛의 본질을 밝히고 전자기 문명을 열다 | 책을 내면서 | 김재영
맥스웰의 전자기 연구와 『전기자기론』 | 구자현
1판 서문
2판 서문
3판 서문
총론 양의 측정에 관하여
제1부 정전기학
제1장 현상의 서술
제2장 정전기의 기본 수학 이론
제3장 도체계에서 전기가 하는 일과 에너지
제4장 일반 정리
제5장 두 전기계 사이의 역학적 작용
제6장 평형점과 평형선에 관하여
제7장 간단한 경우의 등퍼텐셜면과 유도선의 형태
제8장 전기화의 단순한 경우들
제9장 구면 조화 함수
제10장 공초점 2차 곡면
제11장 전기 영상과 전기 반전 이론
제12장 2차원 켤레 함수 이론
제13장 정전기 기구
제2부 전기운동학
제1장 전류
제2장 전도와 저항
제3장 접촉하는 물체 사이의 기전력
제4장 전기분해
제5장 전해 분극
제6장 선형 전류
제7장 3차원 전도
제8장 3차원에서 저항과 전도율
제9장 불균질 매질을 통한 전도
제10장 유전체의 전도
제11장 전기 저항의 측정
제12장 물질의 전기 저항에 관하여
찾아보기
도판
저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지은이), 김재영, 구자현 (옮긴이)
출판사리뷰
맥스웰이 확립한 전기와 자기의 일반 이론
맥스웰은 앙페르(Andre Marie Ampere)와 베버(Wilhelm E. Weber)의 원격작용에 의한 전기역학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고 패러데이(Michael Faraday)의 실험 연구와 ‘장’(場, field) 개념에 입각한 전자기 현상에 대한 통합적 이해 노력에 자극받아 연속 매질의 작용을 고려하는 통합적인 수학적 전자기학 이론의 구축에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맥스웰은 1864년에 전자기장의 동역학적 이론으로 유명한 맥스웰의 기본 방정식을 이끌어냈고 1873년에 이러한 연구를 모두 담아낸 걸작 『전기자기론』을 출판했다.
『전기자기론』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이른바 맥스웰의 방정식이라 불리는 일련의 방정식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이 F=ma라는 식 하나로 요약되다시피 하는 것처럼, 전기와 자기에 관련되는 현상에 대한 이론, 즉 전자기학도 어떤 점에서는 맥스웰의 방정식으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와 자기(磁氣)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름 아니라 “퍼져나감(전달)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한 ‘일관된 표현’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모든 이론은 퍼져나감이 일어나는 매질의 개념에 이르게 된다. 이 매질을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연구에서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그 작용의 모든 구체적인 부분을 논리적 표현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논저에서 내가 줄곧 견지했던 목표였다.”(『전기자기론』, 866절)
결국 맥스웰의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이론은 전자기마당의 이론이었으며, 이 논저가 시종일관 추구해 온 것은 바로 이 전자기마당의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한 ‘논리적 표현’(mental representation)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맥스웰의 전자기학의 논의는 역학적인 토대에 입각해서 이루어졌고 매질의 역할을 전자기 현상의 핵심으로 보았기에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을 할애했으며 유전체 매질에서 변위 전류(displacement current) 개념의 제시는 그의 독특한 관점을 잘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의 이론에 따라 전자기파의 존재가 예측되었고 그것의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도 유도되었다. 결국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츠(Heinrich Hertz)에 의해 1888년에 전자기파가 검출됨으로써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강력한 지지 기반을 확보했다.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은 여러 추종자들에 의해 보완·변형되었고 물질의 미시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추구할 미시적 물리학의 길을 예비했다. 뿐만 아니라 맥스웰의 전자기학의 당연한 귀결인 광속 일정의 법칙은 시공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이해의 초석이 되었으며 뉴턴의 질점 및 힘의 역학을 대신하는 장 물리학의 개념을 창출함으로써 편미분 방정식을 사용하여 물리적 상태를 기술하는 방법이 이후 양자역학, 특히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 채용되는 길을 마련했다. 이러한 맥스웰의 장 물리학적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장을 다루는 데에도 토대가 되었으며 두 가지의 독립적인 장 개념, 즉 전자기장과 중력장을 통합하려는 통일장 이론의 대두에도 영향을 미쳤다.
맥스웰은 『전기자기론』을 저술한 목적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것은 기존의 확립된 동역학(動力學, dynamics) 분야의 개념에 준하도록 전자기 현상의 수학적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찰 및 측정된 양들이 이론의 전개를 위한 확고한 기초로 기능할 것임을 명백히 한다.
“나는 전자기의 수학적 이론을 위한 데이터를 얻고 어떻게 이 이론이 현상의 계산에 적용될 수 있는지 보임으로써, 이 이론의 수학적 형식과 동역학이라는 기본과학의 형식 사이의 관계를 되도록 명쾌하게 해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전자기 현상의 예시와 설명을 찾기 위한 동역학적 현상의 종류를 알아낼 준비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될 것이다.”(1권, 40쪽)
맥스웰은 전기 현상을 주로 측정과 관련하여 고찰하면서 측정방법을 기술하고 그것이 의존하는 표준들을 정의했는데 맥스웰이 가장 많이 의지한 실험가는 패러데이와 윌리엄 톰슨이다. 그들의 실험과 측정 기구가 있었기에 맥스웰의 수학적 이론은 성립할 수 있었으며 전자기 연구는 모든 범위에서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 제일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전자기 문명의 기반이 된 『전기자기론』
현대 문명은 철저하게 전기와 자기에 기반을 둔 전자기 문명이다. 모든 종류의 가용 에너지는 원론적으로 모두 전기에서 시작하며, 화력발전이든 수력발전이든 핵발전이든 풍력발전이든 모두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전기는 실상 자기와 더불어 ‘전자기’라는 통일된 대상의 한 측면이며,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가 있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자기학이 필요하다.
최고의 속도와 용량을 자랑하는 최첨단 컴퓨터와 인터넷 망은 사실상 모두 전자기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광고하는 5G 통신도 그 가장 밑바탕에는 결국 전자기학이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 문명은 명실 공히 전자기 문명이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가장 정확하고 엄밀한 전자기학이다. 이것을 확립한 것이 바로 맥스웰의 『전기자기론』이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에서 1998년에 각 분야의 중요한 고전을 영인본으로 기획출판한 시리즈인 ‘물리과학 분야의 옥스퍼드 고전 텍스트’(Oxford Classic Texts in the Physical Sciences)의 첫 권이 『전기자기론』이라는 점은 이 책의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 고전의 한국어 번역본의 의미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고전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17세기 유럽의 근대 과학혁명이 있기 위해서는 이슬람권의 방대한 자연철학 저작들을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해낸 12세기의 ‘번역의 홍수’가 필수였으며,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9세기 바그다드의 ‘바이트 알 히크마’(지혜의 집)에서 그리스어, 시리아어, 산스크리트어 등으로 된 방대한 책들이 모두 아랍어로 번역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7세기 중국으로 간 예수회사들이 라틴어로 된 자연철학의 여러 저작을 중국어로 번역한 덕분에 성리학적 자연철학이 청조에서 더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하고 또한 조선에서 서학을 탐구하는 지식인 계층이 두텁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18세기 네덜란드의 과학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이를 일본어로 번역한 ‘란가쿠샤’(蘭學者) 덕분에 유럽의 과학이 빠르게 동아시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아라우 칸톤학교 시절부터 전기와 자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시절 전자기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1883년에 막스 바인슈타인이 맥스웰의 책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출간한 덕분이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바로 바인슈타인의 독일어 번역본을 통해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었다고 말해도 아주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전기자기론』이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에 이어 한국어판이 다섯 번째다. 이는 중요한 논저에 대한 상세한 고찰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19세기 전자기학의 전개를 더 잘 볼 수 있는 도구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기자기론』 한국어판은 과학사학자를 비롯해 물리학, 화학, 지구환경과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등 전자기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거의 모든 이공계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