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참된 삶을 찾아 책 속으로 떠나는 사유의 여행
그런데 왜 철학인가. 우리는 철학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과연 철학이란 무엇인가?
수십 년 전에 비해 물질적·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지만 정작 정신적으로는 더 궁핍해진 오늘날, 사람들은 철학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철학자 강영안은 철학의 존재에 대한 답을 칸트의 다음 말에서 제시한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데 그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자는 생각하며 텍스트 읽기를 통해 텍스트와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철학이 우리 삶과의 유관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이 책에서 이러한 철학함 연습을 시도한다.
저자는 사유하며 읽는 이가 없이 텍스트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사유 능력, 그 능력을 적용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철학텍스트, 그리고 삶, 이 세 가지가 철학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철학의 얼굴에서는 근대 이후 철학과 오늘날 인문학의 위치, 텍스트의 중요성 등 이론적 논의를 한다. 근현대 철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설명해주기에 1부의 내용은 철학 입문지식의 역할도 한다. 2부 타인의 발견에서는 본격적인 텍스트 읽기 작업을 통해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들을 다룬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지만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너머에 일상과는 다른 참된 삶이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새로움을 찾아 떠나도 그곳에서 새로 만나는 타인들과 더불어 일상을 살게 된다. 결국 우리는 일상을 떠날 수 없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캐물을 때만이 참된 삶을 발견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물음의 기록, 그것이 텍스트이다. 삶의 문제를 가지고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상에 부재중인 참된 삶을 찾을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철학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사유하는 활동으로서 존재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삶은 철학의 이유·5
1부 철학의 얼굴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23
인문학, 놀고 즐기고 살다·57
휴머니즘의 길찾기·83
지난 세기 유럽철학의 풍경·103
2부 타인의 발견
타인을 위한 삶은 진정 가능한가·123
전체성과 역사를 너머 지금 여기에·149
‘정’답게 세상을 보다·179
고통이 타인을 돌아보게 한다·209
진리를 밝히는 기호의 힘·241
책을 마치며|다시 일상으로·273
주·289
저자
강영안
출판사리뷰
“내게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철학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묻고 답하고 읽고 대화하는 가운데 존재한다’고 답하겠다.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는 언제나 물음을 가지고 있다. 이 물음은 나의 삶에서 생긴 물음일 수도 있고 내가 읽는 텍스트가 던지는 물음일 수도 있다. 읽는 과정은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이다. 과거의 텍스트는 물음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의 현실과의 유관성을 회복한다.”-강영안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광장에서는 일반시민들을 위한 인문강좌가 성행한다. 인문경영, 사회인문학처럼 인문학과 타 영역과의 통섭이 시도되기도 하며,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점에는 철학 관련 서적들이 쏟아진다. 수십 년 전에 비해 물질적·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지만 정작 정신적으로는 더 궁핍해진 오늘날, 사람들은 철학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왜 철학인가. 우리는 철학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과연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강영안은 철학의 존재에 대한 답을 칸트의 다음 말에서 제시한다.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누가 철학을 소유하고 있는가. 어디서 철학을 인식할 수 있는가? 우리는 철학함을 배울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보편적 원리들을 준수하는 이성의 재능을 우리 앞에 있는 몇몇 시도들을 통해서 연습할 수 있다.” (칸트, 『순수이성비판』, A838/B866).
철학함(Philosophieren)이란 우리 앞에 있는 몇몇 시도들, 곧 과거의 텍스트들을 통해 사고하는 일이다. 철학에서의 이러한 작업은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이다. 다시 앞선 철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철학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우리의 삶의 문제와 존재이유,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답을 찾고자 하는 ‘철학함’의 방법은 바로 ‘텍스트 읽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데 그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자는 생각하며 텍스트 읽기를 통해 텍스트와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철학이 우리 삶과의 유관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이 책에서 이러한 철학함 연습을 시도한다.
삶은 철학의 이유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생각하기』의 저자 강영안 교수는 원전(原典)을 읽지 않은 철학자에 대해서는 글쓰기도, 강의도 하지 않는 학자로서의 엄격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원전 읽기를 위해 영어·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를 비롯해 그리스어·산스크리트어·히브리어 등 10개 국어를 익혔을 정도로 텍스트를 쓴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충실하게 사유하기를 중시한다. 저자는 사유하며 읽는 이가 없이 텍스트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사유 능력, 그 능력을 적용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철학텍스트, 그리고 삶, 이 세 가지가 철학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철학의 얼굴’에서는 근대 이후 철학과 오늘날 인문학의 위치, 텍스트의 중요성 등 이론적 논의를 한다. 근현대 철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설명해주기에 1부의 내용은 철학 입문지식의 역할도 한다. 2부 ‘타인의 발견’에서는 본격적인 텍스트 읽기 작업을 통해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들을 다룬다.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는 인문학이 삶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깔려 있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이 문제들을 스스로 사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철학의 얼굴: 근현대 철학의 계보와 인문학 본연의 가치 회복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는 플라톤 이후 데카르트, 칸트, 헤겔을 거쳐 ‘엄밀한 학(學)이 된 철학’과 존재 사유를 제시한 하이데거를 거쳐 데리다에 이르러 ‘하나의 글쓰기가 된 철학’의 사이에서 과연 철학은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양자 선택의 대안으로 칸트 다시 읽기를 제안하는데, 이 글에서 철학의 위치와 존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인문학, 놀고 즐기고 살다」는 기술시대 인문학의 가치를 다룬다. 산업사회로의 전환은 인문학에 ‘센티멘털리즘’의 위협을 안겨주었다. 이것은 삶의 실재를 희석시키며 나의 감정을 만족시키는 데서 행복을 찾는 모습이다. 이러한 센티멘털리즘에 빠진 ‘제작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와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비교하며 후자의 관점에서 인문학이 관여하는 현실을 바라본다.
「휴머니즘의 길찾기」는 근대철학, 근대인문학의 바탕에 있는 휴머니즘의 의미를 살핀다. ‘글’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 휴머니즘, 곧 인문주의가 과학적 사고를 중시퇇 데카르트에게 비판받으며 인본주의로 불리는 계몽주의 휴머니즘으로 전환된 과정과 지난 몇십 년간 서양에서 과학적·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이 비판을 받으며 철학이 다시 인간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난 세기 유럽철학의 풍경」에서는 앞 장에서 다룬 주제에 이어 20세기 유럽철학―현상학, 논리실증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불리는 비판이론과 구조주의 등―을 휴머니즘과 반휴머니즘, 곧 인간을 중심에 내세운 인간주의와 인간의 얼굴을 지운 반인간주의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20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체제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경험한 시기였기에 윤리적 관계와 인간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인 휴머니스트들이 이 시기에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 가운데 ‘타자의 휴머니즘’을 내세운 레비나스에 특히 주목하는데, 이러한 ‘타자에 대한 윤리와 관심’이 바로 2부에서 다뤄지는 주제다.
타인의 발견: 고통을 통해 발견하는 타인과 나의 삶
「타인을 위한 삶은 진정 가능한가」는 레비나스와 로티를 중심으로 남과 나의 문제를 다룬다. 로티는 나에 대한 관심이 타자에 대한 관심보다 우선시되며 타자와의 연대가 나의 나됨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나에 대한 관심보다 우선하며, 타자와의 연대가 나의 나됨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임을 주장한다. 이어지는 「전체성과 역사를 너머 지금 여기에」는 타자 철학을 강조한 레비나스 철학을 전쟁과 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여기서는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자』 서문 읽기를 통해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찾는다. 「‘정’답게 세상을 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과 9권에 나타난 자기중심적 우애의 정과 『신약성경』「누가복음」 10장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보는 타자 중심의 정을 서로 대비해서 본다. 「고통이 타인을 돌아보게 한다」는 박완서 선생이 아들을 잃고 쓴 『한 말씀만 하소서』를 중심으로 고통의 현상을 그려낸다. 아무 데도 쓸모없는 것 같은 혹독한 고통의 아픔을 지나 고통을 통해 타인을 ‘발견’하는 내면의 변화에서 우리는 고통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진리를 밝히는 기호의 힘」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통해 현대철학에서 논의되는 책과 텍스트, 상호텍스트성, 기호와 의미, 삶의 진실과 권력의 문제들을 살핀다. 과거에 씌어진 수많은 텍스트의 직물로 짜여 있는 『장미의 이름』은 세상이 곧 하나의 기호이자 한 권의 책임을 보여준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텍스트가 가진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다.
참된 삶을 찾아 책 속으로 떠나는 사유의 여행
사람은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지만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너머에 일상과는 다른 참된 삶이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새로움을 찾아 떠나도 그곳에서 새로 만나는 타인들과 더불어 일상을 살게 된다. 결국 우리는 일상을 떠날 수 없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캐물을 때만이 ‘참된 삶’을 발견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물음의 기록, 그것이 텍스트이다. 삶의 문제를 가지고 텍스트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일상에 부재중인 참된 삶을 찾을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철학은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사유하는 활동으로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