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것은 살아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디두모 유다 도마가 받아 적은 비밀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하는 사람은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할 것입니다.”
세계 비교종교학계 거장의 입체적인 해석을 통해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 계신 예수의 복음을 다시 듣는다
1945년 12월, 이집트 북부 나그함마디 땅속에서 발견된 열세 뭉치의 파피루스는 그동안 믿어왔던 기독교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52종의 파피루스 문서 속에는 현재의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예수의 잃어버린 가르침이 콥트어로 남겨져 있었다.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예수의 쌍둥이 형제로 불리던 도마가 ‘살아 계신 예수(the living Jesus)의 말씀’ 114절을 기록한 〈도마복음〉은, 역사의 손길이 닿기 전 가장 생생하고 힘 있는 예수의 말씀을 원형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모두 114개 ‘예수의 어록’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마복음〉의 가장 큰 특징은, 믿음을 넘어서는 ‘깨달음(gnosis)’을 통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도마복음〉은 기존 공관복음에서 많이 언급하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의 심판, 대속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침으로써 새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수많은 동서양 해설서를 종합하고 곁가지를 털어내어, 〈도마복음〉의 정수를 한 권으로 새롭게 집약했다.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은 2009년 출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던 『또 다른 예수』의 13년 만의 개정판으로, 〈도마복음〉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석헌 사상의 신비주의적 차원]과 [공관복음에 나타난 천국의 비밀]을 책 말미에 50여 페이지 추가했고, 디자인과 구성을 시원하게 개편했다. 114개 절마다 영어 문장을 함께 싣고 페이지를 나누어 의미를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본문을 다시 다듬고 방대한 자료와 설명들, 인용 문장, 부록과 색인까지 현대적으로 수정·보강했다.
목차
초판 서문: 독자들께
개정판에 부쳐
1. 예수의 비밀의 말씀
서언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제1절 올바르게 풀이하는 사람은
제2절 찾으면 혼란해하고
제3절a 나라가 하늘에 있으면 새들이
제3절b 너 자신을 알라
제4절 늙은이도 갓난아기에게서 배우고
제5절 바로 앞에 있는 것을 깨달으면
제6절 금식을 할까요?
제7절 사람이 사자를 먹으면
2. 본래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라
제8절 물고기들을 잡아 올린 지혜로운 어부와 같으니
제9절 씨를 한 줌 쥐고 뿌리는데
제10절 불을 지피다
제11절 하늘은 사라질 것이고
제12절 의인 야고보에게 가야
제13절 나를 누구라 하느냐
3. 시작에서 끝을 보라
제14절 금식을 하면
제15절 여자가 낳지 아니한 사람을 보거든
제16절 이 땅에 분쟁을
제17절 눈으로 보지도 못했고
제18절 끝은 시작이 있는 곳에
제19절 있기 전에 있는 사람은 행복
제20절 그 나라는 겨자씨와 같으니
4. 목숨처럼 눈동자처럼
제21절 자기 땅이 아닌 땅에서 노는 어린아이들과 같아
제22절 젖 먹는 아이를 보시고
제23절 천 명 중에서 한 명, 만 명 중에서 두 명
제24절 당신이 계신 곳을
제25절 목숨처럼 사랑하고 눈동자처럼 지키라
제26절 티는 보고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
5. 세상을 아파하고
제27절 금식하지 않으면
제28절 내 영혼이 세상의 아픔으로 아파하고
제29절 육이 영을 위해
제30절 둘이나 한 명이 있는 곳에
제31절 예언자가 고향에서는
제32절 산 위의 도성
제33절 지붕 위에서 외치라
6. 깨침의 열쇠를 찾아
제34절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제35절 먼저 힘센 사람의 손을 묶어놓고
제36절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제37절 부끄럼 없이 옷을 벗어 발아래 던지고
제38절 나를 찾아도 나를 볼 수 없는 날이
제39절 깨달음의 열쇠를 감추고
제40절 포도 줄기가 아버지와 떨어져
7. 나그네가 되어라
제41절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이
제42절 나그네가 되라
제43절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44절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제45절 덤불과 가시는 좋은 과일을 맺을 수 없기에
제46절 여자에게서 난 사람 중에
제47절 동시에 두 마리 말을 탈 수 없고
제48절 한 집에서 두 사람이 서로 화목하고
8. 어디서 왔느냐고 묻거든
제49절 홀로이며 택함을 받은 이
제50절 어디서 왔느냐고 묻거든
제51절 언제 쉼이 있겠으며 언제 새 세상이
제52절 예언자들이 말했는데
제53절 할례가 쓸데 있습니까?
제54절 가난한 사람은 행복
제55절 자기 부모를 미워하고
제56절 세상을 알게 된 사람은 시체를 찾은 사람
제57절 가라지 씨를 뿌리고
9. 당신은 누구시기에
제58절 아픔을 겪는 사람은 행복하니
제59절 살아 있을 동안 살아 계신 이를 주목하라
제60절 쉴 곳을 찾아 잡아먹히지 않도록
제61절 당신은 누구시기에
제62절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도록
제63절 부자 농부는 그날 밤 죽고
제64절 손님을 초청했으나
제65절 포도원 소작인들이 주인 아들을 죽이고
제66절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되고
제67절 자기를 모르면
10. 핍박을 받으면 행복하다
제68절 미움과 핍박을 받으면 행복
제69절 자신의 마음속에서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
제70절 여러분 속에 있는 그것을
제71절 내가 이 집을 헐면
제72절 나누도록 말해주십시오
제73절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제74절 우물 안에는 아무도
제75절 홀로인 사람만이 신방에
제76절 다 팔아 그 진주 하나를
제77절 나는 모든 것 위에 있는 빛
제78절 무엇을 보러 광야에
제79절 당신을 낳은 자궁이
11. 세상을 깨닫게 된 사람은
제80절 세상을 알게 된 사람은
제81절 힘을 가진 사람은
제82절 나에게 가까이 함은 불 가까이
제83절 그들 안에 있는 빛은
제84절 여러분이 나기 전에
제85절 아담도 합당하지 않아
제86절 여우도 굴이 있고
제87절 몸에 의지하는 몸은
제88절 사자使者들과 예언자들이 와서
제89절 왜 잔의 밖을 씻는가
제90절 내게로 오라
제91절 당신이 누구신지
제92절 구하라 그리하면
제93절 거룩한 것을 개나 돼지에게
제94절 구하는 자는
제95절 돈이 있으면
12. 아버지의 나라는
제96절 아버지의 나라는 작은 양의 누룩을
제97절 곡식이 가득한 항아리
제98절 그 힘센 자를 죽였더라
제99절 내 형제와 어머니
제100절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제101절 미워하지 않으면
제102절 자기도 먹지 않고 남도 먹지 못하게 하고
제103절 도둑이 어디로 들어올지 아는 사람은
제104절 신랑이 신방을 떠날 때
13. 둘을 하나로 만들면
제105절 창녀의 아들이라 불릴 것
제106절 둘을 하나로 만들면
제107절 아흔아홉 마리보다 너를 더
제108절 내 입으로부터 마시는 사람은
제109절 밭에 감추어진 보물
제110절 세상으로 부자 된 사람은
제111절 하늘과 땅이 말려 올라가도
제112절 영혼에 의존하는 몸이나 몸에 의존하는 영혼이나
제113절 아버지의 나라는 온 세상에 두루 퍼져 있어
제114절 여자를 남자로 만들어
부록 1 공관복음에 나타난 천국의 비밀
부록 2 함석헌 사상의 신비주의적 차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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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강남
출판사리뷰
이것은 살아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디두모 유다 도마가 받아 적은 비밀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하는 사람은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할 것입니다.”
세계 비교종교학계 거장의 입체적인 해석을 통해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 계신 예수의 복음을 다시 듣는다
1945년 12월, 이집트 북부 나그함마디 땅속에서 발견된 열세 뭉치의 파피루스는 그동안 믿어왔던 기독교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52종의 파피루스 문서 속에는 현재의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예수의 잃어버린 가르침이 콥트어로 남겨져 있었다.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예수의 쌍둥이 형제로 불리던 도마가 ‘살아 계신 예수(the living Jesus)의 말씀’ 114절을 기록한 〈도마복음〉은, 역사의 손길이 닿기 전 가장 생생하고 힘 있는 예수의 말씀을 원형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모두 114개 ‘예수의 어록’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마복음〉의 가장 큰 특징은, 믿음을 넘어서는 ‘깨달음(gnosis)’을 통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도마복음〉은 기존 공관복음에서 많이 언급하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의 심판, 대속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침으로써 새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수많은 동서양 해설서를 종합하고 곁가지를 털어내어, 〈도마복음〉의 정수를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집약했다.
1,600년 만에 새로 발견된 ‘예수의 어록’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문헌
1945년 겨울, 이집트 나그함마디 땅속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예수의 어록’이 파피루스 문서로 발견된다. 당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도마복음〉의 발견이었다.
초대 교회에는 현재의 성경에 전하는 네 가지 복음서 외에도 여러 문헌이 있었고, 〈도마복음〉도 그중 하나로 추정된다. 그러다 서기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알렉산드리아의 추기경 아타나시우스가 승리하면서 4대 복음서를 포함한 27종만 정경으로 채택하고, 그 외의 문헌들은 모두 폐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이집트에 있던 그리스도교 최초의 수도원 파코미우스(Pachomius)의 수도승들은 도서관에 있던 다양한 문서들을 몰래 빼내 항아리에 넣어 밀봉한 다음 산기슭 큰 바위 밑 땅속에 숨겨놓았다. 이집트의 한 농부가 1945년 땅을 파다가 발견하기까지, 무려 1,600년 동안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던 자료가 세상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나그함마디 문서’라고 부르는 이 항아리 속 문헌은 52종인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도마복음〉이다.
예수의 쌍둥이 도마가 기록한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모두 114개 ‘예수의 어록’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도마복음〉의 가장 큰 특징은, 믿음을 넘어서는 ‘깨달음’(gn?sis)을 통해 누구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도마복음〉은 기존 공관복음에서 중요시하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의 심판, 대속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내 안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침으로써 새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잘 알려진 ‘믿음, 소망, 사랑’ 외에도 ‘깨달음’ 즉 회개, 마음의 변화, 바른 앎을 통한 존재의 거듭남이 결정적으로 필요함을 역설한다.
“여러분 바로 앞에 있는 것을 깨달으십시오.
그러면 감추어졌던 것이 여러분에게 드러날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마복음〉 제5절 _P.60
〈도마복음〉 제28절의 마지막 구절은 종교사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발언이다. ‘의식을 바꿀 것이다’라고 번역한 이 말의 원문은 콥트어 판에서도 그리스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메타노이아(metanoia)’로 되어 있다. 이것은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며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하고 외쳤을 때 그 ‘회개’에 해당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메타노이아’는 어원적으로 ‘의식(noia)의 변화(meta)’를 의미한다. ‘의식의 변화’를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예수님이 그를 따르던 모든 사람이 갖게 되기를 바라던 최대의 소원이었다. (…) 여기 이 절은 이 메타노이아의 체험이 우리에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기가 막힌 복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_P.183
성경 속 4복음서가 예수의 말씀 외에도 이런저런 서사와 묘사를 많이 담은 데 비해, 〈도마복음〉은 오직 말씀 모음집이다. 트위터에서 막 퍼온 것처럼 생생하고 간결한 예수의 말씀, 또는 제자와의 문답만 114개 꼭지를 모은 독특한 구성이다. 〈도마복음〉이 공관복음보다 더 오래된 전승을 담고 있다고 추정되는 이유 중 하나다. 수수께끼 같은 비유와 날카로운 문답들이 각각 한 편의 시처럼 이어지는 이 어록은, 선(禪)문답이나 『도덕경』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신선하고 파격이 넘친다.
“나는 모든 것 위에 있는 빛입니다. 내가 모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나왔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통나무를 쪼개십시오.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돌을 드십시오. 거기서 나를 볼 것입니다.”
〈도마복음〉 제77절 _P.380
“우리가 아이들처럼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둘을 하나로 하고,
속을 바깥처럼, 바깥을 속처럼 하고,
높은 것을 낮은 것처럼 하고, 암수를 하나로 하여
수컷은 수컷 같지 않게, 암컷은 암컷 같지 않게 하고,
새 눈을 가지고, 새 손을 가지고, 새 발을 가지고,
새로운 모양을 가지게 되면, 그러면
여러분은 [그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도마복음〉 제22절 _P.144
“하느님의 나라는 여러분 안에 있고,
또 여러분 밖에 있습니다.”
〈도마복음〉 제3절a _P.49
‘하느님의 나라’가 초월적인 다른 곳에 있거나 그저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는 성경의 다른 구절과 달리, ‘우리 안에 있고 바깥에도 있다’라는 〈도마복음〉의 선언은 가히 혁명적이다. 절대적 실재로서의 신·진리·깨달음이 안팎 없이, 여기에 이미 있다는 이 말씀들은 말 그대로 ‘복음(福音)’이며, 선(禪)의 깨달음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의 내재(內在)’만을 강조하면 범신론(汎神論)에 빠지고, ‘신의 초월(超越)’만 강조하면 초자연주의 신관에 빠지게 되는데, 신이 ‘내재하며 동시에 초월한다’는 이러한 진술은 〈도마복음〉의 또 다른 특징이며, 이 어록이 모든 종교의 핵심인 ‘심층적’ 차원을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도마복음〉이 깨침을 강조하는 불교나 동양사상과 서로 통한다고 해석한 이들이 많았고, 저자도 머리말에서 “이 책이 한국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불교인들을 이어주는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 우리가 깨치기만 하면 모두 ‘쌍둥이’라 부를 수 있다는 〈도마복음〉 풀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하는 사람은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
오강남 교수가 해설한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이 다른 도마복음 해설서와 특히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 관점이나 관념적 해석보다는 독자 스스로 ‘이 구절을 현재 내 삶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탐구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이 말씀들이 지금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그 말씀의 더욱 깊은 뜻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말씀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 본문을 읽고 거기에 ‘촉발’되어 제 나름대로의 뜻을 찾아보려는 이런 식 읽기를 ‘환기적(evocative)’ 독법 혹은 ‘독자 반응 중심의’ 독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런 작업을 거친 다음 다른 학자들은 이 구절들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살펴보고, 의미 있는 풀이들은 받아들였습니다. _P.28
읽은 것을 문자 그대로 믿고 삼키는 것이 아니라, 읽은 것에 반응을 일으켜 내 나름의 깨달음을 일깨워내는 ‘환기적’ 독법이다. 진술의 내용보다는 그로 인한 일깨움이 중요하다는 태도와 자세가 저자의 경전 풀이 전체를 관통한다. 그저 지식만 나열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도마복음〉이 어떤 의미가 있고, 나는 이걸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살피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문자적으로만 경전을 읽을 때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근본주의’의 함정인데, 종교로 인한 분쟁과 폐해는 대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면 될 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어떻다느니 어떤 막대기로 가리켜야 한다느니 하며 저마다 형식적 옳음을 다투는 셈이다. 문자적으로 읽지 말고 해석을 잘하라는 〈도마복음〉 서두의 말씀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 심지어 예수님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하면 ‘죽음을 맛보지 않으리라’ 강조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수수께끼 같은 〈도마복음〉 구절을 문헌적으로 해석하느라 한 번 더 빠지기 쉬운 문자적 해석의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되짚어, 어떤 경전이나 자료든 결국 ‘우리의 삶이 바뀌도록 읽는 것이 중요함’을 강의 내내 노련하게 일깨운다. ‘의식(마음)의 변화’가 ‘삶의 변화’로 이어져 지금 내 삶에서 거듭나는 것이 여기서 예수가 강조하는 ‘깨달음’ 아니던가. 그야말로 〈도마복음〉에 어울리는 공부의 자세다.
“추구하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찾으면 혼란스러워지고, 혼란스러워지면 놀랄 것입니다.
그러고 나야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스린 후에 그는 쉴 것입니다.]”
〈도마복음〉 제2절 _P.45
한국을 대표하는 비교종교학자답게 다른 종교 전통의 문헌들, 특히 『도덕경』과 『장자』, 불교 사상 등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도마복음〉 구절과 비교하면서 독자의 폭넓은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다. 풍부한 국내외 우수 자료들을 근거로 인용함으로써, 기독교 신자들도 늘 보고 듣던 성경의 구절들이 새롭게 이해되는 묘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온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 해설서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은 2009년 출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던 『또 다른 예수』의 13년 만의 개정판으로, 〈도마복음〉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석헌 사상의 신비주의적 차원]과 [공관복음에 나타난 천국의 비밀]을 책 말미에 50여 페이지 추가했고, 디자인과 구성을 시원하게 개편했다. 원전의 영어 번역문을 114개 절마다 함께 실어 각 구절을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절마다 페이지를 나누어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했다. 본문을 다시 다듬고 방대한 자료와 설명들, 인용 문장, 부록과 색인까지 현대적으로 수정·보강했다.
“언제 새 세상이 이르겠습니까?”
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기다리는 것이 이미 와 있지만,
여러분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마복음〉 제51절 _P.289
일본 교토에 가서 스즈키 순류 선사에게 선 수행을 배워 샌프란시스코에 선원을 세웠던 미국인 선사 리처드 베이커는 나중에 〈도마복음〉을 읽고 ‘이 경전을 미리 알았더라면 구태여 불교를 배울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도마복음〉의 가르침이 선불교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그리스도교에도 깨달음을 강조하는 전통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두 세대 전만 해도 알 길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들을 귀, 알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거의 모든 종교의 신도들이 문자주의적, 교리 중심적, 기복주의적, 자기중심적, 배타주의적 종교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것이 참된 종교가 이를 수 있는 구경(究竟)의 경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이런 비극적 사태가 개선됨으로써 더욱 많은 이들이 종교의 신비주의적 차원, 심층 차원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P.547
포스트 코로나 시대, 21세기의 종교와 영성은 이제 누구도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본질적이고 깊은 차원으로 심화하지 않으면, 종교든 개인이든 쭉정이로 가려내어지는 세상이다. 13년 만에 다시 펴낸 저자의 〈도마복음〉 풀이를 통해, ‘깨달음(그노시스)’의 다른 표현인 ‘지혜(프라즈나)’를 보는 눈이 더 맑아지길 희망한다.
종교는 이제 ‘무조건 믿어라’가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신비적 경향을 띠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교도 이제 ‘믿음’뿐 아니라 ‘깨침’도 함께 강조하는 폭넓은 종교로 변해야 한다. 그리하여 ‘무조건 믿어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하!’를 연발하며 갈 수 있는 깨침의 길도 열려 있음을 알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_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