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50년을 준비하는 커리어 전략
한때 회사가 울타리였던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고속 승진하는 삶, 조직에 충실한 대가로 정년을 보장받고 안정된 노년을 맞는 삶. 그러나 IMF 경제 위기, 다시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존의 직장인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정규직은 점점 줄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상시화되었으며, 인공 지능에게 일자리를 내주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부상하면서, 인맥과 충성심에 의존하던 커리어 전략도 통하지 않는다. 기대 수명은 100세를 향해 가고 있지만, 50세 정년을 채우더라도 남은 30~50년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시대가 바뀌면 직장인의 커리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는 새로운 고용 환경 변화에 도전받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커리어를 고민하는 직장인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전작 『위대한 멈춤』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전환 도구를 고민했던 박승오, 홍승완 두 작가가 실제 10년 가까이 [슬로 커리어slow career]를 걸어 온 경험을 녹여 냈다. 이 책은 기존의 20대 후반에 입사해서 40대 후반 퇴직하는 [20년 커리어] 전략을 버리고,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지속할 수 있는 [50년 커리어]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그 해법으로 제안하는 것이 [슬로 커리어]와 [인디 워커Indie Worker]이다. 회사 안에서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실력을 쌓고(슬로 커리어), 회사일과 병립해서 차별적 전문성을 기르거나 퇴직 후 독자적인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인디 워커)을 말한다.
이를테면, 광고인 박웅현이나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여전히 월급을 받으며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다. 광고인이었던 최인아는 퇴직 후 [최인아 책방]을 냈고, 기자였던 이나리는 여성 커리어 성장 플랫폼인 [헤이 조이스]를 창업했다. PR컨설팅사 출신인 김호는 [더에이치랩]을 설립하여 저술과 코칭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전문성을 심화했다.
회사는 더 이상 안전한 울타리도, 커리어의 종착지도 아니다. 50년 커리어 여정의 간이역이다. 내가 좋아하고 제일 잘하는 기술을 갈고 닦은 후 제2, 제3의 직업을 만들어 남은 50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직장을 대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직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내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직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목차
프롤로그 ─ 천천히, 나를 위해 다지는 커리어
1장 자립적 직업인의 시대
진로가 미로처럼 느껴질 때
두 사람의 커리어는 왜 달라졌을까?
새로운 미래가 온다
코로나 이후, 직장인이 맞이할 변화
슬로 커리어, 인디 워커의 전략
인디 워커의 세 가지 핵심 역량
2장 사색한다 ─ 내 안의 위대한 나
직장에서 천직을 발견하는 방법
소망, 나는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재능,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재능을 어떻게 심화할 것인가?
직업 가치, 나는 왜 일하는가?
방향성, 삶의 정수를 담은 한 문장
3장 기다린다 ─ 인디 워커로 가는 수련
나를 찾겠다고 퇴사하지 마라
재능을 강점으로 만드는 세 가지 방법
필살기, 가장 잘하는 죽여주는 기술
퀵 러닝, 퇴근길 손 안의 학교
이직,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창직, 내가 직업이다
오티움, 번아웃에 대처하는 법
4장 단식한다 ─ 두려움에서 깨달음으로
두려움을 이기는 길, 비움
존재를 소유로 채우지 말라
소박한 삶, 더 적게 더 좋게
하루는 22시간이다
고독이 관계를 깊어지게 한다
잠들기 전 꿈꾸는 최고의 미래
에필로그 ─ 나는 누구이며 누가 될 것인가
저자
박승오, 홍승완 (지은이)
출판사리뷰
패스트 커리어 vs. 슬로 커리어
그럼 슬로 커리어가 정확히 무슨 뜻일까? 패스트 커리어fast career가 [남들보다 빨라야 살아남는다]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라면 슬로 커리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와 관련이 깊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주체적이다. 패스트푸드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패스트푸드가 건강과 미각을 해치는 것처럼, 패스트 커리어는 번아웃을 초래하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자극적인 맛과 조미료에 중독되듯이 패스트 커리어는 승진, 연봉 등의 외적 보상에 집착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직장인의 자존감을 낮춘다. 반면 슬로 커리어는 천천히 천직을 발견하고(장기적 관점), 그 일을 끊임없이 쇄신하며(지속성) 전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얼마나 빨리, 높이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에게 충실하며 그 과정이 행복한지가 핵심이다(주체성). 저자들은 이제 [식습관을 넘어 우리의 직(職)습관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슬로 커리어 전략은 설득력을 갖는다. 억대 연봉을 받았어도 퇴직 후 할 일이 없다면 인생의 평균 소득은 턱없이 낮아진다. 오히려 급여는 덜 받더라도 확실한 실력을 쌓아 퇴직 후에도 꾸준히 번다면 전체 소득이 훨씬 높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슬로 커리어로 성공할 가능성은 패스트 커리어보다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슬로 커리어는 [조직 안]에서 실력을 닦는 전략이다. 일찌감치 회사를 관두고 독립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턱대고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건, 특히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거꾸로 저자들은 [회사를 수련장 삼아] 전문성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돈을 벌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는 매력적인 학교다.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을 훈련할 수도 있고, 협업을 배우고 비즈니스의 기본기를 익힐 수도 있다. 새로운 업무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잠재력을 깨닫기도 한다.
인디 워커의 핵심 역량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 저는 기다릴 줄 알며, 단식할 줄 압니다.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소설 『싯다르타』에서 주인공 싯다르타가 상인 카마스마비에게 면접을 볼 때 자신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은 하나도 몰랐던 수행자 싯다르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싯다르타의 이 말 속에 인디 워커의 핵심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2~4장에서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이 제시된다.
인디 워커의 첫 번째 핵심 역량은 사색하는 능력이다. 자기 안의 재능(씨앗)과 강점(열매), 방향성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자신의 재능이나 소망도 모르고 잠재력을 소모하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두 저자는 책의 2장에서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는 전문 검사와 도구들을 소개하고, 직업 가치와 방향성을 올바로 세우는 법을 알려 준다. [자신을 깊이 아는 사람은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
둘째,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다. 인디 워커로 가는 길목에서 내공을 쌓는 요령을 알려준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해서 섣불리 퇴사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능력을 심화하며 때를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 해당 장에는 전문성을 키워 줄 핵심 업무 선정부터 지속적인 배움을 가능하게 해줄 [퀵 러닝]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적절한 이직 시점과 새로운 직업 만들기(창직), 번아웃에 대한 대처법까지 직장인들에게 요긴한 이야기들이 다채로운 사례와 함께 담겼다.
셋째, 단식할 줄 아는 능력이다. 슬로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크게 네 가지 불안이 있다. ① 먹고살 수 있을까? ② 너무 늦은 게 아닐까? ③ 관계가 단절되면 어쩌지? ④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저자들의 생각은 단호하다.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 가령 존재욕과 소유욕을 현명하게 구분하면 큰돈을 쓸 필요가 없어져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경제 단식). 불필요한 활동을 줄이고(시간 단식), 소모적인 관계를 끊고(관계 단식), 스스로를 옥죄는 걱정과 불안을 잠재우면(걱정 단식)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고용주 카마스마비가 [당신은 나의 빵을 먹고 있다]며 위협했을 때 싯다르타가 덤덤히 [내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듯 [인디 워커는 자신의 빵을 먹는다]. 일에서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 배우고 익혀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인디 워커의 삶이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믿을 것은 [나]
경력을 뜻하는 영어 커리어career의 어원은 라틴어 carrus이다. 이것은 로마 시대 전속력으로 달리는 마차의 경주 트랙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장애물을 피하고 마차가 전복되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이 곧 커리어다. 경력이라는 말 속에는 [전속력]과 [경쟁]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히 패스트 커리어를 추구해 왔다.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피라미드의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 조직은 이런 야망 있는 직원들에게 확실히 보상함으로써 더욱 일에 몰두하게 했다. 과몰입의 결과는 탈진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번아웃을 경험한다. 더 큰 문제는 퇴직 이후다. 너무 오래 시키는 일만 했으니 퇴직 후 할 수 있는 사업도 없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다. 빠르게 올라서는 것보다 확실하게 실력을 다져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탁월한 실력뿐이다. 이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뚜렷한 차별성으로 조직 안에서든 퇴직 후든 자립적으로 일하는 인디 워커가 세상의 중심에 서고 있다.
모두가 경주용 트랙에서 미친 듯이 질주할 필요는 없다. 경주에 지쳤다면 트랙을 벗어나 자기 속도로 걸어도 괜찮다. 뒤처진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차분히 준비한다면 자신만의 멋진 오솔길을 찾게 될 것이다.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천천히, 자기답게 다져 가는 커리어가 얼마든지 가능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점점 늘어나는 인디 워커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