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셰익스피어는 연극을 가리켜 "인간의 본성을 포함하는 자연에 대고 비추는 거울"이라 말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거울은 결코 사물의 특정한 면을 포착하는 단면 거울이 아니다. 때로는 오목거울이, 때로는 볼록거울이 되며, 관찰자의 시선을 잘 조절해야만 형상을 드러내는 요술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셰익스피어 역사극의 특징은 그 포괄적인 다양성에 있다.
박우수 교수는 셰익스피어 극 속에 숨어 있는 언어의 함의와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숨은 의도와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시한다. 또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분석함은 물론 그들의 이름이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문장을 꺼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수년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에 천착해 온 연구자의 노력은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에 대해 각국의 수많은 평론가들이 제기한 주장의 부족한 (혹은 그릇된) 면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그 허점을 메우고 독자와의 간극을 좁힌다.
목차
서론 셰익스피어 역사극은 정치극이다: 아이러니와 다양성
1. 「존 왕」 매우 거칠고 모양새 없는 형식
2. 「리처드 2세」 언어적 대립과 대론 구조
3. 「헨리 4세」 1, 2부 핼 왕자의 정치적 성장과 폴스타프
4. 「헨리 5세」 코러스의 극적 기능
5. 「헨리 6세」 1부 플롯은 세워졌다
6. 「헨리 6세」 2부 셰익스피어의 건축가다운 구성력
7. 잭 케이드의 반란 소극인가 혁명인가?
8. 「헨리 6세」 3부 성격비극 탄생의 예고
9. 「리처드 3세」 반복적 대립 구도가 자아내는 극적 아이러니
10. 「헨리 8세」 로맨스와 역사의 불안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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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우수 (지은이)
출판사리뷰
4백여 년의 잉글랜드 역사를 조망하는 거울,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이며 잘 짜인 정치극이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대문호,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공연되고 연구되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을 국내 최고의 셰익스피어 연구자로 꼽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우수 교수가 해부한다. 희·비극 위주로 서술되었던 기존 셰익스피어 연구서와는 달리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에서는 오직 셰익스피어가 쓴 열 편의 역사극을 통해 잉글랜드 4백 년의 연대기와 그 시대의 인물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상들을 들여다보며 독자를 다양성과 아이러니의 세계로 이끈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존 왕」에서부터 「리처드 2세」, 「헨리 4세」 1, 2부, 「헨리 5세」, 「헨리 6세」 1, 2, 3부, 「리처드 3세」, 「헨리 8세」에 이르기까지 총 열 편의 극을 일컫는다. 시기적으로는 13세기 초엽부터 16세기 후반까지의 잉글랜드 왕실을 다루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시를 방불케 한다. 다시 말해서, 전체 열 편의 개별 작품은 그 하나하나가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열 편의 한 부분으로 귀속됨으로써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더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중세 봉건 사회로부터 장미 전쟁을 거쳐, 봉건 사회가 와해되고 근대 초기 자본 축적기의 절대 왕조로 변화하는 잉글랜드 사회 격변의 과정이 비극과 희극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조망 속에서 서사적으로 진행되며, 이 격변의 과정을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라기보다는 오히려 군주와 그 치도를 바라보는 정치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것이 곧 오늘날 다섯 세기 전의 역사를 되돌아봐야 할 자명한 이유이다.
셰익스피어는 전체 역사극을 통틀어 궁극적인 신의 섭리나 인과응보라는 하나의 통일된 유형을 배제하며 그보다는 통치자로서 왕은 어떠한 존재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즉 군주를 중심으로 이러한 치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 셰익스피어의 궁극적인 관심이 머문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문제적 인물을 상정하고 그 영혼이 파멸되는 과정을 다룬다면, 그의 역사극은 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안녕과 같은 공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해당 개인의 파멸에서 끝나 한 편으로 완결되는 비극과 달리, 미래를 향해, 한 국가의 장래 운명을 향해 미완으로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엄밀하게 말해 정치극이며, 이는 곧 지금 이곳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양성과 아이러니, 인위성의 폭력을 거부한 셰익스피어의 세계.
국내 최고의 연구자가 밝히는 언어와 구조의 함의.
셰익스피어는 연극을 가리켜 "인간의 본성을 포함하는 자연에 대고 비추는 거울"이라 말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거울은 결코 사물의 특정한 면을 포착하는 단면 거울이 아니다. 때로는 오목거울이, 때로는 볼록거울이 되며, 관찰자의 시선을 잘 조절해야만 형상을 드러내는 요술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셰익스피어 역사극의 특징은 그 포괄적인 다양성에 있다. 인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대조와 병치를 이루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사물의 단일성에 균열을 가져오며, 그곳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단선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수렴하여 그 모든 가능성을 억지로 비끄러매어서 순치시키려 하는 인위성의 폭력을 셰익스피어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망루 위로 독자를 끌어 올리고 아이러니라는 장치로 중세 영국의 정치 현실을 비춘다.
저자 박우수 교수는 셰익스피어 극 속에 숨어 있는 언어의 함의와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숨은 의도와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시한다. 또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분석함은 물론 그들의 이름이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문장을 꺼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수년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에 천착해 온 연구자의 노력은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에 대해 각국의 수많은 평론가들이 제기한 주장의 부족한 (혹은 그릇된) 면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그 허점을 메우고 독자와의 간극을 좁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