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계간 문학과 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 : (통권 제41호) 복각본』은 1980년 8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 편집하던 중 신군부 정권에 의해 뜻밖의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 처분으로 강제 폐간되어 공간되지 못한 채 가제본(한정 50부) 상태로만 남아 떠돌던 ‘계간 『문학과지성』 1980년 가을 제11권 제3호 통권 제41호’의 복각본(復刻本)이다. 35년 전에 편집됐던 본문과 차례, 영인된 쪽수는 물론 『문학과지성』 고유의 표지(작가 김승옥 作)까지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더불어 이 특별호의 내용과 폐간 당시의 정황을 회고로 설명하는 김병익 평론가(창사 대표)의 ‘해제’와 세대를 달리하는 잡지 편집동인들의 특별 좌담을 함께 실어, 계간『문학과지성』의 발행 역사의 성격과 성과, 그 의미와 의의를 두루 짚고 있다.
목차
文學과知性 41 (1980년 가을 · 제11권 제3호 · 통권 제41호)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
|소설|
이청준 탕자(蕩子)의 미귀(未歸)―언어사회학서설 · 4
조해일 임꺽정 · 5
백도기 우리들의 불꽃
김상열 붉은 달
황순원 신들의 주사위 · 11 (연재)
|시|
송 욱 도(道)의 생리학 외 3편
오규원 네번째의 대답 외 2편
박경석 인동(忍冬) 연작
양성우 뻐꾸기 소리 외 2편
신대철 신시(神市)
김광규 북극항로(北極航路) 외 2편
김혜순 구구단 외 3편
박덕규 비 오는 날 외 3편
박시언 해는 달린다 외 3편
정인섭 풍가(風歌) 외 3편
|평론|
김주연 따뜻한 마음, 따뜻한 시―마종기의 최근 시를 읽으며
김 현 세계와 모순―김광규의 상상 세계
이태동 실존적 현실과 미학적 현현―황순원론
김학준 트카초프의 정치 사상 비판―특히 레닌이즘의 형성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이광주 프랑스혁명과 독일지식인 · 2
장일조 한국민족의식의 정치신학적 분석
김병익 야곱의 씨름
|서평|
홍치모 영국혁명의 탐구-『영국근대사연구』
김정위 이슬람 세계의 이해-『신이 지배하는 나라』·『호메이니, 나의 투쟁선언』·『아랍의 거부』
유재천 대중문화와 문화의 대중화-『대중문화의 이론』·『대중문학과 민중문학』·『대중의 반란』·『문화의 전략』
황동규 우리 음악문화의 테두리-『열린 음악의 세계』·『세계 음악의 현장을 찾아서』·『현대음악의 이해를 위하여』
이승훈 순간의 경험과 지속의 경험-『묵(墨)을 갈다가』·『피리』·『백발의 꽃대궁』·『바람의 손끝이 되어』
김명인 시대와 존재, 시의 힘-『개밥풀』·『북치는 앉은뱅이』·『산불 · 산불』·『광마집(狂馬集)』
장석주 삶, 또는 타락한 세계에서의 실존-『토요일과 금요일 사이』·『하늘로 간 아마』·『달바라기』
권오룡 갈등의 양상과 수용-『황지(荒地)』·『늪에서는 바람이』·『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고독』·『그 바다, 끓며 넘치며』
박철희 1920년대 한국문학의 재평가-『한국근대소설연구』·『한국낭만주의시연구』
김인환 우리 문학의 반성-『문학과 유토피아』·『언어와 상상』·『문학연구방법』
본지 호별 총 목차(1호~40호)
|해제| 김병익 / ‘해제를 위한 회고’
-계간『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 복각판에 대하여
|특별 좌담| 김주연 오생근 우찬제 강동호 금정연
‘문학과 우정의 열린 공동체’
-계간 『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 복각판 발간에 부쳐
저자
문학과지성사 편집부
출판사리뷰
독자와 함께한 행복한 책 읽기 40년, 문학과지성사 1975~2015
문학과지성사가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았다. 1975년 12월 12일에 문을 연 문학과지성사는 문학, 학술, 인물을 비롯해 아동, 청소년 분야까지 2,600여 종의 책을 꾸준히 발행해왔다. 무엇보다 잡지와 단행본 출판을 통해 동시대 한국의 문학, 예술 그리고 사회와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해온 지난 40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 『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는 1980년 8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 편집하던 중 신군부 정권에 의해 뜻밖의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 처분으로 강제 폐간되고 제작 발행을 중단하면서 교정쇄로 출력하여 단 50부만을 남기고, 표지와 목차 없이 가제본하고 한정된 관계자들만이 나눠 가졌던 ‘계간 『문학과지성』 1980년 가을 제11권 제3호 통권 41호’의 복각본(復刻本)이다. 잡지가 기획된 지 무려 35년 만에 첫 공간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1980년 당시의 편집동인들 가운데 문학평론가 김병익(문학과지성사 창사 대표)은 『문학과지성』 창간 45주년, 도서출판 문학과지성사 창사 40주년을 맞아 공간되지 못한 채 숨어 박혀 있던 『문학과지성』 제41호(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다시 원형대로 간행하자는 데 문학과지성사와 뜻을 모았고, 이어 이 복각본을 만들기 전에 몇 가지 점을 논의하여 다음과 같이 정했다:
1. 1980년 초, 『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로 제작한 원형을 그대로 살려 본문과 차례 등 모든 형태와 내용을 본래 모습대로 복각한다. 다만 원서에 차리지 못한 표지만은 기왕의 표지 형태로 재현한다;
2. 따라서 이 당시 아직 혼용되던 본면의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고 서평란의 2단 조판과 본문의 순서와 쪽수도 원형을 유지한다;
3. 여기에 이 기념호의 내용과 폐간 당시의 일들을 ‘해제’(김병익)로써 보고하고, 몇몇 분들의 좌담(김주연, 오생근, 우찬제, 강동호, 금정연)으로 발행 10년 동안 발간되어온 계간 『문학과지성』의 성격과 성과, 의미와 의의를 회고 평가토록 한다.
“『문학과지성』 창간 동인(창간 편집동인 김병익 김현 김주연 김치수와 후에 영입된 김종철 오생근)은 창간 9주년을 맞던 1979년 여름 춘천 성심여대에서 ‘산업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소흥렬, 박영신, 김우창이 주제 보고를 맡은 세미나를 열었고 이듬해의 10주년 기념호는 현장 토론 대신 지상 세미나를 기획했을 것이다. 내가 이처럼 어정쩡하게 회고하는 것은 분명 특집 기획을 했을 것인데 이 복각본에는 그 실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썼을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에 이 사태는 이렇게 보고되고 있다: “창간 10주년 기념호가 이처럼 초라하게 만들어졌음에 대해 깊은 자괴감으로 사과한다”면서 “우리는 당초 ‘80년대의 이념적 지향’이란 표제로 지난 10년 동안을 검토하고 앞으로의 10년에 어떤 바람직한 지표를 탐구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보류되었고, 그 탓을 필자들에게 돌릴 수 없었다”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여러 필자들에게 앞뒤의 10년을 점검하고 전망하는 특집의 글을 청탁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잡지는 8월 18일의 발간을 앞두고 그 준비가 한창이던 7월 31일에 돌연 등록 취소되었고(『동아일보』 1980년 7월 31일자 종합 1면), 그 때문에 특집은 단념하고 이미 입수되어 제작 과정에 얹힌 글들과 투고의 글들에 대한 거친 심사를 거쳐 수록키로 한 글들만으로 ‘특별호’를 만들었다. ‘특별호’란 공개되지 못할 잡지이기에 특별할 수밖에 없어 붙인 것이다. 우리는 한없이 섭섭하고 혹은 훗날의 어떤 부활을 위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기념으로 교정지 50부를 제작하고 가제본하여 간행되지 못할 잡지를 만들었다. 그랬기에 이런 사태에 이른 데에서 느낀 원죄적 자괴감을 느끼면서 “자기에의 성찰, 명징한 진실에의 탐구에도 막다른 골목이 있으며 그 막다름은 존재론적, 혹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계상황적 부딪침이 될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우리는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한다”고, “희망하기 위해 희망한다”는 과감한 동어반복으로 절망을 극복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암흑기의 비밀문서처럼 제작된 이 책은 문지 편집팀과 몇몇 필자들, 서지적 호사가들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지만 공식적인 목록으로 등재되거나 시장에 암매되지도 않은, 잉태는 했지만 출산은 못 한 불운한 책이 되고 말았다. 35년 만에 이 책을 다시 들춰보며 우리가 느끼는 소회도 각별하지만, 이름만 듣고 실제를 보지 못한 젊은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기대감을 채워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문학과지성』1980년 가을 제11권 제3호 통권 41호’는 공간되지 못한, 그래서 호수와 간행기에 등재되지 못한, 그러나 실체를 가진 잡지이다. 한창 제작 중에 강제 폐간되었기에 우리는 기왕 청탁해서 입수한 원고와 이미 투고 받아 쟁여두고 있던 원고를 몰아 교정쇄로 묶었기에, 예정했던 원고를 못 넣기도 하고 계획되지 않은 원고를 끼워넣기도 해 그 목차가 어수선했다. 정연한 목차를 이루지 못하고 성급하고 부실하게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엮었지만 그래도 원래의 ‘문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35년 전의 옛 모양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표지는 작가이며 그림을 잘 그린 ‘김승옥’이 그려 매호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철에 따라 계절 색깔을 입혔지만 원화의 구도는 여전히 태양처럼 커다란 원형에서 불꽃들이 살아 타오르는 발랄한 그림이었다. 속표지 역시 표지와 같은 그러나 장식도 색깔도 없는 동그라미를 가운데 앉히고 그 위에 한자로 ‘文學과知性’의 제호가 얹히며 그 아래에는 간행 연도와 계절, 호수가 적혀 있다. 이 잡지에는 목차를 만들지 않았지만, 속표지에 이어 차례 면이 나오고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로 본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쪽수는 봄호부터 새 계절로 옮겨가면서도 이어 매겨 한 해 네 호의 페이지 넘버가 연속 표기된다. 이 복각본의 첫 페이지가 ‘656’에서 시작되는 이유다.
―김병익(문학평론가, 문학과지성사 창사 대표),
「해제를 위한 회고―『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 복각판에 대하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