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프랑스 철학계의 두 거장이 함께한 라캉 읽기!
라캉은 인간이 언어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현대 구조주의 사유에 큰 영감을 준 소쉬르의 기호론과 프로이트의 사상을 융합해 주체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사유했다. 그는 프로이트 이론의 생물학적 경향성 대신 1950년대 이후 언어학적 성과를 적극 차용해 시니피앙 논리와 주체 분열 이론을 새로이 개념화하고 이를 문자의 과학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문자의 과학을 통해 이성의 본질을 의식이나 계산적 사유가 아닌 문자로 제시했다.
이 책 『문자라는 증서』는 라캉의 이러한 이론화 작업에 대해 철학자의 시각에서 그 의의와 특이성을 연구하고 평가한 논쟁적 문헌이다. 1973년 처음 출판된 이래로 많은 라캉 연구자들이 필독서처럼 읽은 책으로, 라캉 본인도 1975년 세미나 앙코르에서 청중들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 바 있다. 다만, 라캉은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한때 이론적 토대로 여겼던 하이데거 존재론에 노골적으로 거리감을 두며 데카르트와 윤리 쪽으로 다시 방향을 전환했기에, 자신의 문자 이론을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과 연관시킨 책의 후반부에 대해서는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저자들이 밝혔듯, 이 책은 라캉에 대한 해설서나 평가서는 아니다. 라캉이 새롭게 고안하거나 발전시킨 개념이 철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주석을 통해 보여주는 것 또한 저자들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들은 난해하고 꼬여 있는 문체로 악명 높은 라캉의 문자 이론이 실제로 겨냥하는 바를 좇으면서, 그가 제시하는 문자의 전략을 몸소 실천하려 노력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텍스트의 난해함은 독해의 어려움이 아니라 의미화의 불가능성에서 비롯되는데, 이런 이론적 배경을 잘 짚어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목차
서문
책의 구성
독해의 순환
제1부 시니피앙의 논리
1. 문자의 과학
2. 대수학과 작용
3. 시니피앙의 나무
4. 의미작용
제2부 시니피앙의 전략
1. 전략
2. 체계와 조합
3. ‘승인된’ 진리
옮긴이 해설
찾아보기
저자
필립 라쿠 라바르트
출판사리뷰
프랑스 철학계의 두 거장,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라캉” 읽기!
문학과지성사에서 ‘파라디그마’ 시리즈로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공저 『문자라는 증서-라캉을 읽는 한 가지 방법』(김석 옮김)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부제가 선명하게 지시하듯 라캉에 대한 “단 하나의 독해, 그리고 단 하나의 텍스트에 대한 독해”로, 라캉의 이론화 작업에 대해 철학자의 시각에서 그 의의와 특이성을 연구하고 평가한 논쟁적 문헌이다. 1973년 처음 출판된 이래 많은 라캉 연구자들이 필독서로 삼은 책으로, 라캉 자신 역시 1975년 세미나 『앙코르』에서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 책은 1957년에 발표되고 작성된 라캉의 「무의식 속에서 문자의 심급, 혹은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을 단 “하나의” 텍스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책이 라캉에 대한 해설서로 읽히는 것을 경계한다. 또 라캉이 새롭게 고안하거나 발전시킨 개념이 철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주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저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난해하고 꼬여 있는 문체로 악명 높은 라캉의 문자 이론이 실제로 겨냥하는 바를 충실하게 좇으면서, 라캉이 제시하는 문자의 전략을 몸소 실천해보고자 노력한다. 특히 이 책은 욕망과 이를 규정하고 구조화하는 시니피앙의 결정적 역할을 인정하면서 여기에 맞춰진 글쓰기를 통해 문자의 본질과 텍스트 너머를 제시하고자 하는 라캉 작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즉, 저자들에 따르면 텍스트의 난해함은 독해의 어려움이 아니라 의미화의 불가능성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이론적 배경을 잘 짚어내는 게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라캉에 대한 ‘하나의’ 독해, 그리고 단 하나의 ‘텍스트’에 대한 독해!
책의 저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는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저자들은 스트라스부르 대학 철학과 교수로 함께 재직하면서 공동으로 저서를 펴내는 한편, 철학과 문학, 공동체, 승화 등에 관해 독자적인 사상을 전개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텍스트의 고정된 의미화를 탈피하고 의미의 변화를 텍스트 자체의 구조에서 찾는 데리다의 해체 작업과도 통하는데, 최초의 공동 작업이 바로 이 책 『문자라는 증서』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제1부에서는 ‘시니피앙의 논리’가 무엇이고 그것이 라캉의 문자의 과학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수학 공식 S/s가 새롭게 공론화하는 이론사적 의의를 정리한 부분은 라캉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되기도 하였다. 문자가 단지 재현이나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를 구성하면서 삶 자체를 창조하는 진정한 원인이자 물질이라는 것, 즉 문자가 이처럼 상징적 구조를 포함하면서도 의미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재에 속한다는 것이 바로 저자들이 짚어내는 라캉의 강조점이다. 그러나 책의 저자들은 문자의 전능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성과 의미화에 저항하는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세울지를 제2부 ‘시니피앙의 전략’에서 제시하고 있다. 만약 저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텍스트가 스스로를 읽을 만한 것으로 제시하면서도, 독서의 조건들을 끊임없이 벗어나게 하고 연기한다”면, 텍스트 자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저자들은 텍스트가 아니라 그 너머에 주목하라고 강조하는데 “텍스트 너머는 욕망과 진리가 함께 모이면서 전체를 구성하는 장소”를 말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이 라캉이 문자 이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대상과 사유의 정합적 일치처럼 정의되는 그런 진리가 아니라, 이른바 무의식에 속하는 ‘프로이트적 진리’의 특이성이다. 라캉의 소쉬르의 차용과 대수학 공식은 프로이트적 진리를 완성하고 제시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저자들이 라캉의 텍스트에서 유독 「무의식 속에서 문자의 심급, 혹은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글이 진리를 가장 전면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진리는 문자 혹은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욕망과 관련이 많다. 문자의 과학이 ‘기호 이론 없는 언어학’으로 정의된다면, 이것은 언어를 통해 드러나면서도 그 대상의 불가능성 속에서 무한히 반복하는 욕망의 본성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논쟁적인 책인 만큼 저자들이 라캉의 진리 개념을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가에 대해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라캉의 문자 이론이 세심하게 전개하지 못하는 전제들을 철학적으로 잘 조망하고 있으며, 특히 많이들 혼동하는 시니피앙의 논리의 본질과 진리 개념에 대해 이 책만큼쳀나 그 의미를 잘 설명해주는 책도 없다는 점에서 학적으로 ?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